오랜만에 투자에 대한 지혜도 얻고 멘탈도 다질 겸 책을 집어 들었다. 이 책에서는 단번에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투자의 비법이나 전략을 소개하진 않는다.
다만 80년이 넘는 투자인생을 통해 유럽 제일의 투자자로 추앙받는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인생을 돌아보며, 그가 생각하는 투자 원칙과 주식시장의 생리를 이해해볼 수 있는 책이다.
경제의 온도계?
사람들은 주식시장을 경제의 온도계라고 말하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경제와 주식시장은 항상 평행으로만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비유해보자, 한 남자가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한다. 보통 개들이 그렇듯 주인보다 앞서 달려가다가 주인을 돌아본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달려가다가 자기가 주인보다 많이 달려온 것을 보곤 다시 주인에게로 돌아간다. 그렇게 둘은 산책을 하면서 같은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 여기서 주인은 경제이고 개는 증권시장이다.
요컨대,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면 경제와 증권시장은 같은 방향으로 진행되어 나간다. 그러나 때때로 그 사이사이에 이 둘은 서로가 상반되는 방향으로 나가기도한다.
공급과 수요의 원칙
주가의 흐름은 무엇보다도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더 급박함을 느끼는가 안 느끼는가에 달려 있다. 주식을 팔아야 하는 심리적, 물질적 압박감에 놓여 있지 않으면 주가는 상승한다. 모든 주식 투자 이론은 여기에서 세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 이익이 좋든 나쁘든, 전쟁 중이든 평화 상태든, 좌파 혹은 우파 누가 권력을 잡았든 시세에 변동을 줄 수는 있으나 결국은 간접적인 영향이다. 돈을 가진 사람들과 증권을 가진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 의미를 두고 상황이 어떤지에 따라 투자를 할 때, 비로소 이 사건들은 시세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주식의 추세는 '돈'과 '심리' 두 가지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돈은 산소 혹은 차를 움직이는 기름 같은 것이다. 돈이 없으면 아무리 전망이 좋고 평화가 지속되어도 주식 거래를 성사시킬 수 없다.
그러나, 시장은 돈만 가지고 움직이지 않는다. 두 번째 요소는 심리이다. 투자 심리가 부정적이어서 누구도 주식을 사고자 하지 않으면 주가는 상승하지 않는다.
즉 이 두 요소 중 한 요소가 긍정적이고 다른 요소가 부정적이면, 흐름은 중화되어 커다란 동요가 없고 재미없는 주식시장이 계속된다. 그러다가 하나가 돌변해 둘 다 긍정적이거나 둘 다 부정적이 되면 시세 급등이나 시세 폭락이 나타난다.
뉴스나 기초적인 사실이 이에 반해서 떠들어대도 이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코스톨라니의 달걀
시장이 과매수 상태인지 아니면 과매도 상태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주식시장의 상승운동과 하강운동의 해부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모든 투자 시장은 장기 변동을 강세장과 약세장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강세장과 약세장은 각기 세 가지 국면으로 구분할 수 있다. (조정국면, 적응국면 혹은 동행국면, 파장국면)
A1. 조정국면 | 거래량도 적고 주식 소유자의 수도 적다 (군중의 무관심 속에 특정 소신파가 고독하게 매집해 나간다) |
A2. 동행국면 | 거래량과 주식 소유자의 수가 증가한다 (주가가 오름에 따라 군중이 접근하며 소신파는 분할매도를 시작한다) |
A3. 과장국면 | 거래양은 폭증하고 주식 소유자의 수도 많아져 최대점을 이룬다 (소신파는 다 팔고 나갓으며 군중은 연일 오르는 주가에 흥분하며 엄청난 매수세를 분출한다) |
B1. 조정국면 | 거래량이 감소하고 주식 소유자의 수가 서서히 줄어든다 (군중들이 정신차리고 미련이 남은자만 홀딩하거나 추매에 들어간다) |
B2. 동행국면 | 거래량은 증가하나 주식 소유자의 수는 계속 줄어든다 (군중이 대거 이탈하고 때를 잘 못 파악한 자들이 매집을 한다) |
B3. 과장국면 | 거래량은 폭증하나 주식 소유자의 수는 적어져 최저점을 이룬다 (내놓을 사람은 다 팔았고 이때부터 소신파는 매수를 시작한다) |
하강운동의 과장기인 B3 국면에서 매수해야 하고, 매수하고 난 뒤에 가격이 더 떨어져도 동요하지 말아야 한다. 상승운동의 A1 국면에서는 이미 최저점을 넘어섰기 때문에 매수해야 한다.
A2 국면에서는 수동적인 관망자로서 상황과 함께 움직이기만 하면 되고, A3 국면에 접어들어 활황기가 오면 이제 시장에서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따라서, A1 국면과 B3 국면에서는 매수, A2 국면에서는 홀딩, A3 국면과 B1 국면에서는 매도, B2 국면에서는 홀딩하거나 현금을 보유하도록 한다.
물론 이론대로 완벽하게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가져가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성공하기 위해선 소신파에 속해야 하고 남들과는 반대로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 어디에도 투자자를 위한 교과서는 없으며, 완전한 투자라는 것도 없다. 만약 투자가 그렇게 간단하다면 누구든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오직 오랜 경험을 가진 사람만이 손가락 끝만 대 봐도 목욕물의 온도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온도의 물로 목욕을 해 본 경험 많은 투자자라 할지라도 역시 실수는 하게 마련이다. 이러한 실수는 그에게 오히려 필요한 경험을 쌓게 해주며, 그 실패 덕택에 과잉매도 혹은 과잉매수 상황을 일찌감치 느낄 수 있는 감각을 기를 수 있다.
시장이 악재에도 더 이상 하락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시장이 과잉매도 상태에 있다는 징후라고 볼 수 있고, 이는 곧 바닥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주식은 이미 소신파 투자자의 손에 있으며 그들은 악재에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소신파 투자자는 믿음과 비전을 가지고 있으며 좋은 소식을 기다리는 인내심도 있다.
반대로 시장이 호재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과잉매수 상태를 알리는 것이며, 이미 최고점 근처에 와 있다는 의미이다. 이럴 때 주식은 부화뇌동파 투자자들의 손안에 있으며, 그들은 좋은 소식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살 수가 없다.
거래량 역시 많은 것을 암시해준다. 거래량이 많지 않은 가운데 시장이 상승하거나 하락하면 이것은 동일한 흐름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하며, 거래량이 점차 늘어나면서 시장이 상승 혹은 하락하면 이것은 흐름의 반전이 멀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10가지 권고 사항
1. 매입 시기라고 생각되면 어느 업종의 주식을 매입할 것인지를 결정하라.
2. 압박감에 시달리지 않도록 충분한 돈을 가지고 행동하라.
3. 모든 일이 생각과 다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그리고 반드시 인내하라.
4. 확신이 있으면, 강하고 고집스럽게 밀어붙여라.
5. 유연하게 행동하고, 자신의 생각이 잘못될 수 있음을 인정하라.
6. 완전히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면 즉시 팔아라.
7. 때때로 자신이 보유한 종목의 리스트를 보고 지금이라도 역시 샀을 것인지 검토하라.
8. 대단한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을 경우에만 사라.
9. 계속해서 예측할 수 없는 위험 역시 항상 염두에 두라.
10. 자신의 주장이 옳더라도 겸손하라.
10가지 금기 사항
1. 추천 종목을 따르지 말며, 비밀스러운 소문에 귀 기울이지 마라.
2. 파는 사람이 왜 파는지, 혹은 사는 사람이 왜 사는지를 스스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또한 다른 사람들이 자기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마라.
3. 손실을 다시 회복하려고 하지 마라.
4. 지난 시세에 연연하지 마라.
5. 주식을 사놓은 뒤 언젠가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희망 속에 그 주식을 잊고 지내지 마라.
6. 시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마라.
7. 어디서 수익 혹은 손실이 있었는지 계속해서 계산하지 마라.
8. 단기 수익을 얻기 위해서 팔지 마라.
9. 정치적 성향, 즉 지지나 반대에 의해 심리적 영향을 받지 마라.
10. 이익을 보았다고 해서 교만해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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